한 대학교 동아리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답니다.
4학년 선배들이 마지막 겨울방학을
후배들과 지내고 싶어 여행을 계획했다.
그런데 후배들이 바쁘다며 다 빠지고, 그 후배만 가게 되었다.
선배들은 서운했겠지만 이를 감추고 함께 여행을 떠났다.
때는 겨울이었지만 날씨가 좋아서 간단한 음식과
방한장비만 챙긴 채 산에 올랐다.그런데 산중턱쯤 올랐을 무렵 갑자기
날씨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.
산을 오르던 다른 등산객들은 하산하기 시작했다.
그렇지만 그 후배는 선배들과 가는 마지막 여행에 미련이 컸다.
빨리 올라갔다 내려오자며 길을 재촉했다.
그런데 갈수록 날씨가 나빠지면서 슬슬 내리던 눈은
이내 눈보라로 바뀐것이었다.
길은 정상에 가까워 있었지만 우선 눈보라를 피해야 할 상황.
겨우 산 여기저기를 헤매다 폐허가 되다시피 한 조그만 산장을 찾았다.
산장에는 땔감은커녕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었다.
눈보라가 너무 심하게 불어
밖으로 땔감을 구하러 가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.
라디오에서는 눈이 더 계속 내린다는 방송만 내보낼 뿐이었습니다.
4학년 선배들은 제비뽑기를 해 한 명을 뽑아 내려보내기로 했다.
그리고 뽑힌 사람에게는 방한장비와 음식들을 모두 주기로 했다.
내려가는 길 역시 위험했기 때문이다.
제비뽑기는 동그라미가 표시된 종이를 뽑는 사람으로 하기로 했다.
각자 종이를 하나씩 뽑았는데 후배인 그가 먼저 종이를 펼쳐 보였다.
그런데 그가 펼친 종이에는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.
선배들은 약속대로 그 후배에게 두터운 옷과 음식을 챙겨줬다.
그 친구는 산 속을 하루가 넘도록 헤매다
겨우 아래 인가에 내려가 구조 요청을 할 수 있었다.
하지만 산장의 정확한 위치도 모르고 눈보라도 너무 심하게 불어서
날씨가 좋아지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.
그 친구는 혼자서라도 다시 올라가겠다고 했지만
탈진한 상태라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.그로부터 4일 정도가 지난 후에
날씨가 좋아지자 구조대원들과 그 후배는 산으로 선배들을 찾으러 갔다.
저녁쯤 되어서야 그들은 산 정상 부근의
허름한 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.
산장에 있던 선배들은 몸들을 꼭 붙인 채 불 주위에 몰려 있었다.
그리고 불을 지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태우며 서로 손을 잡은 채
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.
하지만 불은 꺼진 지 오래였고, 그들은 모두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.
구조대원들이 시신을 옮기기 위해 손들을 떼어놓는데
그들 손에는 종이가 하나씩 접혀 있었다.
그 종이에는 모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.
위 이야기에 따르면
1977년 제1회 대학가요제에서 발표된
"젊은 연인들"이란 노래는
그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노래라고 한다.
젊은 연인들 / 서울대 트리오(민경식,정연택,민병호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