♡。플래닛 추억 ♡。/친구님 글

오월편지 /도종환

그리운날들 2011. 5. 3. 23:27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 
 
 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       
         

              오월편지  /도종환    
 

    붓꽃이 핀 교정에서 편지를 씁니다
    당신이 떠나고 없는 하루 이틀은 한 달 두 달처럼 긴데
    당신으로 인해 비어 있는 자리마다 깊디깊은 침묵이 앉습니다
    낮에도 뻐꾸기 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입니다.

    당신 있는 그곳에도 봄이면 꽃이 핍니까
    꽃이 지고 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.

    어둠 속에서 하얗게 반짝이며 찔레가 피는 철이면
    더욱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.

   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은 다 그러하겠지만
    오월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많은 이 땅에선
    찔레 하나가 피는 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.

    이 세상 많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사랑하여
    오래도록 서로 깊이 사랑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입니다.

    그 생각을 하며 하늘을 보면 꼭 가슴이 메입니다.
   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서로 영원히 사랑하지 못하고
    너무도 아프게 헤어져 울며 평생을 사는지 아는 까닭에
    소리내에 말하지 못하고 오늘처럼 꽃잎에 편지를 씁니다.

    소리 없이 흔들릴는 붓꽃잎처럼 마음도 늘 그렇게 흔들려
    오는 이 가는 이 눈치에 채이지 않게 또 하루를 보내고
    돌아서는 저녁이면 저미는 가슴 빈자리로
    바람이 가득가득 불어옵니다.

    뜨거우면서도 그렇게 여린 데가 많던 당신의 마음도
    이런 저녁이면 바람을 몰고 가끔씩 이 땅을 다녀갑니까

    저무는 하늘 낮달처럼 내게 와 머물다 소리 없이 돌아가는
    사랑하는 사람이여 ..........


         


    

 

 

 

 

   용욱..